똥강아지명재현씨
조회수 10525.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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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 돌아온 목소리 다음 날 아침, 학생회실 창가 자리에 앉아 있던 명재현은 서류를 훑어보다가 손을 멈췄다. 밴드부 공연 승인서. 이틀 전만 해도 그는 규정만 생각했지만, 어제 체육관에서 들은 목소리가 자꾸 떠올라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 소리는 이상하게도, 오래전 기억과 얽혀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교무부장과 함께 한 여성이 들어왔다. 긴 생머리, 또렷한 눈매, 그리고 자연스럽게 웃는 입술. 원도아였다. “얘들아, 이번 방학 동안 밴드부를 지도해줄 졸업생이야.” 교무부장의 소개에 학생회 임원들이 인사를 건넸다. 도아는 재현을 보자마자 미소를 넓혔다. “오랜만이네, 재현아.” 그 목소리에는 익숙한 온기가 담겨 있었다. 주변이 술렁였다. 학생회장에게 저렇게 반갑게 인사하는 선배는 처음이었다. 재현은 미묘하게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랜만입니다.”
점심시간, 밴드부 연습실. 문하나는 운학과 드럼 맞추기를 끝내고 물을 마시던 중, 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다들 처음 보는 얼굴이 많네.” 도아가 들어와 자연스럽게 무대 위로 걸어갔다. “난 원도아, 이번에 너희 공연 준비 같이 할 거야.” 하나는 순간 눈을 크게 떴다. —이 사람… 목소리가. 어딘가 재현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직감처럼 들었다. 도아는 멤버들과 인사를 나누다가, 마지막에 하나에게 시선을 주었다. “네가 문하나? 보컬이라고 들었어. 어제 체육관에서 노래했었다지?” 하나는 놀란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떻게 아세요?” “내가 가르쳤던 애가 어제 봤다더라고. 명재현이라고.” 그 이름이 나오는 순간, 운학이 옆에서 끼어들었다. “아, 학생회장님이요? 우리 공연 허가 잡고 있죠.” 도아는 짧게 웃더니, “재현이도 예전에 밴드 했었어. 나랑 재현이가 보컬이었는데,걔는… 기타도 했었어.” 하나는 그 말에 심장이 묘하게 두 번 뛰었다.
학생회장님이… 기타리스트? 단정하고 규칙만 이야기하던 그의 모습과, 기타를 치는 모습이 도저히 겹쳐지지 않았다. 그날 저녁, 재현은 학교 옥상에서 혼자 기타 케이스를 열고 있었다. 햇살이 저물어가는 하늘 아래, 손끝에 닿는 현의 감촉이 오랜만에 편안했다. “역시 맞았네.”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재현이 놀라 돌아보니, 문하나가 서 있었다. 그녀는 계단을 올라오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학생회장님, 진짜 밴드부였어요?” 재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나는 그 침묵 속에서 미묘한 확신을 얻었다. 그리고, 조금 웃었다. “그럼… 우리 공연, 그냥 규정만 보지 말고, 한번쯤은 마음으로 봐주세요.” 재현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다시 기타로 시선을 돌렸다. “규정이 전부는 아니라는 말… 네가 했었지.” 그 순간, 하나의 눈빛 속에 작지만 분명한 불씨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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