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푸딩🐺🍮(울프댕)
조회수 462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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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빈은 사고 차량 분석 자료를 다시 보고 있었다. 이미 수십 번 본 파일이었다. 그런데도 이 부분만은 계속 걸렸다. 충돌 직전 3초. 차량 내부 시스템 로그. 정상 명령 체계가 끊기고 외부 신호가 개입한 흔적. 출처- 미상. 창빈: "사람이 한건 아니야." 옆에 놓인 파일을 열었다. 유사 사고 목록. 공통점은 단 하나였다. 사고 후 이송 병원ㅡ 세인트 요한 병원. 창빈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창빈: "이건 사고가 아니라.." 말을 삼켰다.
그 시각 윤. 침대 옆 작은 수납장을 열었다. 그 안에 들어 있던 태블릿. 환자 안내용이라기엔 보안 단계가 과했다. 윤은 망설이지 않고 전원을 켰다.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화면. 윤은 본능적으로 팔의 Y를 떠올렸다. Y-013. 숫자를 입력하자 경고 없이 화면이 열렸다. 화면 상단에 적힌 제목. SUBJECT REGISTRY 파일 목록이 주르륵 떴다. Y-011 / 상태: 종료 Y-012 / 상태: 이송 Y-013 / 상태: ACTIVE 윤은 자신의 항목을 눌렀다. 영상 파일 하나. 날짜는ㅡ 사고 하루 전. 윤: "...뭐야 이건." 재생 버튼이 눌렸다. 화면 속에는, 윤이 있었다.
차분한 표정에 정면을 보는 시선. 의자에 앉아 있는 윤 앞에서 누군가 말했다. ???: "다시 한 번 확인하겠습니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자막이 떴다. ???: 본인은 Y 프로젝트 최종 단계 참여에 동의합니까. 화면 속 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윤은 그 장면을 부정하지 못했다. 자막이 이어졌다. ???: 사고는 통제 가능한 변수로 설정됩니다. 실패 시, 실험은 종료됩니다. 윤의 손에서 태블릿이 미끄러질 뻔했다. 윤: "사고가... 변수였어?" 그 순간, 문이 열렸다. 창빈이었다. 창빈은 윤의 손에 들린 태블릿을 보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반응이 모든 걸 설명했다. 윤: "이거... 알고 있었죠."
창빈: "전부는 아닙니다." 윤: "근데 사고가 사고가 아니라는 건" 창빈: "윤 씨는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윤: "참여자였네요." 창빈은 부정하지 않았다. 윤은 웃지도 못했다. 윤: "그럼 질문 바꿀게요." 창빈을 똑바로 봤다. 윤: "저는 왜 동의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거죠?"
창빈: "기억을 못 하는게 정상입니다." 윤: "정상..이라고요?" 창빈: "Y 프로젝트 전제 조건이 의식이 있는 상태에선 진행할 수 없다는 것. 이거든요." 윤: "의식이 있으면.. 왜 안되죠?" 창빈: "실험 대상이 자신이 실험체라는 걸 인지하는 순간 생체 반응, 판단, 감정이 전부 변질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동의 직후, 윤씨에게 기억 차단 프로토콜이 적용된거고요." 윤: "실험에 동의하는 대신 기억을 지우는 조건인건가요?"
창빈은 고개를 저었다. 창빈: "삭제가 아니라 봉인입니다." 윤: "무슨 차이죠." 창빈은 잠시 말을 고르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창빈: "윤 씨는 동의할 당시 의식이 온전했습니다. 판단 능력도 있었고요." 윤: "그럼 왜ㅡ" 창빈: "그 상태로 실험에 들어가면 결과가 왜곡됩니다. 그래서 기억 접근을 막았습니다. 선택은 본인이 했지만 실험 단계에서는 그 선택을 '의식하지 못하게'." 윤: "...몸만 기억하고"
창빈: "머리는 닫혀 있는 상태죠." 그 말이 지금까지의 모든 이상함을 설명했다. 빠른 회복. 익숙한 통로. 처음인데 처음 같지 않았던 순간들. 윤: "그럼 사고는요." 창빈의 시선이 잠깐 흔들렸다. 창빈: "기억 봉인을 유지한 채 현실 변수로 반응을 보는 단계였습니다." 윤은 웃음이 나왔다. 기쁘지도, 미친 것도 아닌 헛웃음이었다. 윤: "변수라서... 사고였군요." 창빈: "사고 자체는 실제였습니다." 윤: "근데 필요했던 거죠." 부정하지 않았다. 윤은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윤: "그래서 사고 이후부터 이상해진 거군요."
창빈: "사고가 나면서 외상으로 봉인이 일부 흔들렸습니다." 윤: "그래서 기억 대신 이상한 감각들이 튀어나오고." 창빈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부정도 하지 않았다. 윤: "뇌에 가해진 물리적 충격 때문에 차단 프로토콜이 일부 손상된거고, 차단된 기억이 '형태를 갖추지 못한 상태'로 표출된거네요. 그래서 기억은 여전히 잠겨 있지만 틈이 생긴거죠. 그 틈으로 목소리, 통제구역에 대한 감각, Y에 대한 직감이 새어 나온거고요. 환자가 아니라, 애초부터 예정된 실험대상.
창빈: "그래서 병원은 윤 씨를 치료하지 않습니다." 윤: "관리만 하죠." 창빈: "윤 씨가 무너지지 않게." 윤: "아니요." 윤은 고개를 저었다. 윤: "실험이 망가지지 않게." 말이 끝나자 방 안의 공기가 확 가라앉았다. 윤: "그럼 묻죠." 창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윤: "이 프로젝트에서 의식이 돌아온 실험체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윤: "어떻게 되나요." 창빈: "Y-013 이전, 그러니까 윤씨 전 단계들은 모두 종료됐습니다." 윤: "그래서 제가 유일한 ACTIVE 인거고요." 창빈: "네."
윤: "그래서 나를 못 내보내는 거고." 창빈: "그렇습니다." 윤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말했다. 윤: "그럼 전 지금 이 상태로도 실패군요." 창빈: "아닙니다." 윤: "목소리가 들리잖아요." 창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윤: "기억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죠." 윤은 감았던 눈을 떴다. 윤: "그럼 이제부터는ㅡ 제가 실험을 망칠 수도 있겠네요." 창빈: "윤 씨." 윤: "의식이 돌아오면 다 변한다면서요." 윤은 처음으로 미소 비슷한 걸 지었다. 윤: "그럼 한번 변해보죠." 창빈은 더 말하지 않았다. 문을 나서며 한마디만 남겼다. 창빈: "그 선택도 기억으로 남을 겁니다." 문이 닫히고 윤은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이제 확실했다. 나는 속은 것도 강요당한 것도 아니다.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왜 나가려 하면 막히는지 왜 회복이 빠른지 왜 목소리가 자신만 찾는지. 스스로 선택했고 그 선택을 기억할 권리만 박탈당했다.
윤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제야...진실이 드러났네."
총 6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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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섹시다이너마이터황🧨 26.02.06
소름,,,,,,,,🔥
알럽땨땨🐶ᩚ🌀 26.02.06
역시 재밌어용ㅇ요ㅛㅇㅇ🔥
승댕러버 26.02.07
도대체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시는 거죠!!! 레전드 명작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