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강아지명재현씨

조회수 13625.08.11

<여름의 첫사랑> _ 15화

15화. 경계선 방과 후, 운동장 한쪽. 햇빛이 기울며 붉게 번지던 시간, 도아가 이한을 불러 세웠다. “잠깐 얘기할 수 있어?”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진지했다. 이한은 땀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무슨 일이야?” 도아는 잠시 숨을 고르고, 이한을 똑바로 바라봤다. “나… 너 처음 봤을 때부터, 이상하게 자꾸 눈이 갔어. 오늘은 그냥,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어.” 그 말에 운동장 바람이 순간 멈춘 듯 고요해졌다. 이한은 놀란 듯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곧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도아야… 미안. 나,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아니, 사귀고 있어.” 도아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하나?” “응.” 이한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 “우린 친구였지만, 지금은… 내 여자친구야. 그래서 네 마음은 고맙지만, 받을 수 없어.”

도아는 잠시 고개를 떨궜다. “그렇구나… 내가 좀 늦게 왔네.” 그녀는 억지로 웃었지만, 눈동자 속엔 아쉬움이 스쳤다. “미안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어.” 이한의 목소리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괜찮아. 내 감정이니까. 대신…” 도아는 고개를 들고, 살짝 장난스럽게 웃었다. “가끔 장난은 칠 거야. 나, 포기 빨리 못 하거든.” 이한은 피식 웃었지만, 그 말 속의 반쯤 진심을 느꼈다. 그날 저녁. 하나는 집 앞에서 이한을 마주했다. “오늘은 왜 갑자기 왔어?” 이한은 가방끈을 잡은 채, 진지하게 말했다. “도아한테 얘기했어. 우리 사귀는 거.” 하나는 순간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정말?” “응. 혹시라도 네가 불안해할까 봐, 확실히 말했어.” 그의 눈빛엔 거짓이 없었다. 하나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고마워, 이한아.”

학교 복도, 점심시간. 하나는 친구들과 웃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자꾸 도아가 다가오는 쪽으로 향했다. 도아는 한 손에 교과서를 들고,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하나야, 같이 도서관 갈래? 새로 들어온 책들이 너무 좋아 보여.” 도서관에서 책장을 넘기던 중, 도아가 슬쩍 말했다. “이한이랑 정말 잘 어울려 보여. 부럽다.” 하나는 미소를 지었지만, 속으로는 답답함이 밀려왔다. 그때, 멀리서 태산이 다가왔다. “야 야, 사람 좀 그만 찔러. 하나도 사람인데 네가 그렇게 자꾸 찔러대면 더 깊은 상처가 생겨.” 도아는 태산을 바라보다가 씩 웃었다. “난 그냥 솔직한 거야. 그게 잘못됐어?” 태산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아니라; 네가 너무 집요하면, 너도 힘들고, 하나도 힘들어질 뿐이야. 서로 존중하는 게 더 좋아.” 도아는 잠시 말없이 태산을 바라보다가, 헛웃음을 짓는다.

그날 저녁, 하나는 혼자 방 창가에 앉아 있었다. 문득 도아와 태산의 대화가 떠올랐다. ‘서로 존중하는 게 더 좋다’는 말이 마음을 누르며 따뜻하게 스며들었다. 하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도… 더 단단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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