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강아지명재현씨

조회수 11925.08.13

<바다를 닮은 너> _ 8화

8화. [파도 속의 목소리] 토요일 오후, 바닷바람이 평소보다 세찼다. 하나는 오래된 방파제 끝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다가,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를 느꼈다. 돌아보니, 운동화 끈이 헐거운 채로 걸어오는 운학이었다. 문하나 : “또 여기야?” 김운학 : “너도.” 그는 짧게 웃으며 하나 옆에 섰다. 둘 사이는 어색하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편안하지도 않은 거리였다.

[조심스러운 시작] 운학이 주머니에서 구겨진 수첩을 꺼냈다. 표지가 눅눅하게 젖어 있었고, 모서리는 닳아 있었다. 그는 한 장을 펼쳐 하나에게 보여줬다. 「도윤이랑 마지막으로 나눈 말: ‘바다 무섭다.’ ‘그럼 내가 잡아줄게.’」 하나는 그 짧은 문장을 천천히 읽었다. 운학은 파도 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김운학 : “그날… 날씨가 이랬어. 바람 세고, 파도도 높고. 근데 얘가 갑자기 들어가겠다고… ‘이번엔 안 무서울 것 같다’고 하더라. 난 그냥 웃었어. 웃으면서… 신발 끈을 묶었지. 그 몇 초 사이에… 얘가 안 보였어.” 바람 소리가 커졌지만, 하나는 운학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짧은 침묵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손에 쥔 수첩을 꼭 쥐었다. 김운학 : “그 이후로… 난 바다를 떠날 수 없었어. 매일 와서… 얘한테 말 걸고, 조개 주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이상하게 보지.” 하나는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주머니에서 작은 조개 하나를 꺼내 그의 손에 쥐어줬다. 문하나 : “그럼, 오늘은 내가 같이 줄게.” 운학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그 시선에는 놀람과, 아주 약간의 안도가 섞여 있었다.

돌아가는 길 방파제를 내려오며, 운학이 불쑥 말했다. 김운학 : “네가 처음 전학 왔을 때… 나한테 눈 안 마주쳤잖아.” 문하나 : “응, 이상한 애인 줄 알았거든.” 그는 짧게 웃었다. 김운학 : “근데… 이상한 애 맞아. 근데 이제 좀 덜 외로운 이상한 애.” 그 웃음은 오래 남았다. 파도 소리보다, 바람보다 더 오래. ‘이제, 파도 속의 목소리가 두 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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