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강아지명재현씨

조회수 14925.08.17

<태양의 후예> _ 2화

2화. 다시 만난 너 우르크,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운 작은 도시. 지진과 전염병으로 무너진 마을에는 먼지와 피 냄새가 섞여 있었다. 문하나는 파견 의료진의 일원으로 현지 병원에 도착했다. 낯선 언어, 부족한 의약품, 끝없이 밀려드는 환자들. 그녀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손을 움직였다. “혈압 떨어집니다! 수액 교체, 빨리요!” “열이 심해요, 격리실로 옮겨야 해요!” 의사로서의 직업 정신은 두려움을 잊게 만들었지만, 문하나는 여전히 낯선 땅에서의 불안함을 지울 수 없었다. 그때, 먼지가 가득한 길 저편에서 군인들이 들어왔다. 철저한 눈빛, 전투복에 묻은 흙, 그리고 앞서 걸어오는 한 남자의 모습. 김운학이었다. 그 순간, 하나의 심장이 두 번 세 번 뛰었다. 공항에서 스쳤던 시선이 이곳에서 다시 이어진 것만 같았다.

운학 역시 놀란 듯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특유의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이곳에서도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문하나는 애써 태연한 척 대답했다. “전… 일 때문에 온 거예요. 여기서 그 쪽 얼굴을 보게 될 줄은 저도 몰랐네요.” 운학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임무 때문에 왔습니다. 하지만… 같은 하늘 아래 있으면, 그게 인연 아닐까요?” 순간, 하나는 무심코 그를 바라보다가 눈을 피했다. 너무 직진하는 말투, 그러나 그 진심이 전해져 가슴이 흔들렸다.

그날 밤, 의료진 숙소 앞. 문하나는 잠시 바람을 쐬러 나왔다가 우연히 운학을 마주쳤다. 그는 총기를 점검하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군인분들은… 늘 저렇게 긴장 속에서 사나요?” 하나가 조심스럽게 묻자, 운학이 고개를 돌렸다. “긴장이 아니라 준비입니다.” “준비요?” “언제든 목숨을 걸 수 있다는 준비. 그게 군인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속엔 묘한 무게가 있었다. 문하나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랑은 참 다르네요. 전 목숨 걸고 살리는 게 제 일이니까요.” 운학의 눈빛이 잠시 깊어졌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낮게 중얼거렸다. “살리는 사람이 더 위대합니다. 하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만이… 누군가를 지킬 수 있죠.” 그 말은, 어딘가에서 들은 명대사 같았다. 마치 전장 속에서 삶과 죽음을 오래 곱씹어 본 자만이 할 수 있는 말처럼.

다음 날,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 아이들이 갇혀 있다는 소식. 의료진과 군인들이 동시에 투입됐다. 먼지를 뒤집어쓴 채 환자들을 끌어내는 운학. 피범벅이 된 아이를 안고 달려와 하나에게 맡기는 순간, 두 사람의 눈이 짧게 마주쳤다. “살려낼 수 있겠습니까?” 운학이 물었다. 하나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니까요. 살릴 겁니다.” 그리고 다시, 혼돈 속에서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를 지켰다. 군인과 의사. 죽음을 막는 자리와, 죽음을 넘어서는 자리. “살아남아야 할 이유, 지켜야 할 이유. 우리는 서로 다른 세계에서 왔지만, 결국 같은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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