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강아지명재현씨

조회수 14025.08.11

<여름의 첫사랑> _ 8화

8화. 틈 사이로 번지는 불신 이한은 도서관 문턱에 서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장면 하나와 성호 선배가 나란히 앉아 무언가를 이야기하며 책을 넘기는 모습. 그 거리, 그리고 성호의 표정. 가슴 속이 갑자기 묵직해졌다. 그냥 발표 준비일 거라 스스로에게 말하면서도, 시선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성호가 무언가를 말하자, 하나가 작게 웃었다. 그 웃음이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생각보다 크게 마음을 찔렀다. 결국 그는 아무 말 없이 도서관을 나와 버렸다.

운동장 옆 매점. 이한은 종이컵에 음료를 담아놓고 멍하니 있었다. 그때, 옆으로 다가온 건 태산이었다. “야, 표정 왜 그러냐? 어제도 연락 안 되고, 오늘은 또 혼자 있네.” “아무것도 아냐.” 이한이 짧게 대답했다. “거짓말하지 마라. 너 표정이 ‘아무것도 아니다’는 표정이 아닌데?” 태산은 컵라면 뚜껑을 열며 말했다. “하나랑 무슨 일 있냐?” 이한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털어놨다. “어제… 지현이랑 있었던 거, 하나가 본 것 같아. 근데 오늘 보니까… 성호 선배랑 같이 있더라.” “성호? 그 발표 조장?” “응. 그냥 발표 준비겠지. 근데…” 이한은 말끝을 흐렸다. 머릿속에 스치는 건, 그 둘의 가까운 거리와 조용한 미소였다. 태산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심각하게 말했다. “야, 너 이렇게 생각하면 서로 오해만 깊어진다. 하나가 너 좋아하는 거 뻔히 아는데, 그거 하나로 흔들릴 애냐?”

이한은 고개를 숙였다. “그럼… 내가 먼저 가서 물어볼까?” “물어보는 게 맞지. 근데 지금처럼 찌푸린 얼굴로 가면 싸움난다. 좀 차분해져라.” 그 시각, 학교 뒤편 작은 정원. 하나는 혼자 벤치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다가왔다. “여기 있었네.” 태산이었다. “태산아?” 하나는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너 요즘 이한이랑 무슨 일 있어?”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하나는 잠시 침묵했다. “…어제, 지현이랑 같이 있는 거 봤어. 웃으면서 팔 잡고 있는 거.” 태산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거? 진짜 아무것도 아니야. 지현이 원래 장난 심해서 그래. 이한이 걔, 그런 거로 너한테 마음 변할 애 아니야.” “근데… 거절하지도 않더라.” 하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태산은 그녀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그 장면 하나로 모든 걸 판단하면, 너도 후회할걸. 네가 생각하는 이한이가… 진짜 그렇게 쉽게 변하는 애야?” 하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태산의 말이 맞는 것 같으면서도, 어제 느낀 그 묘한 서늘함이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하나는 창가에 앉아 핸드폰을 들었다. 이한의 이름이 대화창 맨 위에 떠 있었지만, 손가락은 끝내 메시지를 누르지 못했다. 그리고 같은 시각, 이한도 같은 창을 열어놓고 있었다. 타이핑하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며, 그는 혼잣말했다. “…왜 이렇게 말이 어려워지지.” 둘 사이의 침묵은, 그렇게 하루를 더 늘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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