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강아지명재현씨
조회수 15425.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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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 제안 병원 인사과로부터 메일이 도착한 건 어느 비 오는 오후였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 속에서, 문하나는 화면에 떠오른 제목을 보고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해외 파견 간호사 최종 합격 안내] 마우스를 떨리는 손으로 움직여 메일을 열었다.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는 순간, 가슴은 묘하게 벅차면서도 불안했다. ‘최종 파견 지역: 캐나다 토론토.’ “…캐나다구나.” 하나는 숨을 고르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환자들을 돌보느라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일할 기회.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절호의 순간.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할까. 저녁, 카페에서 “축하해요, 하나 씨.” 동민은 진심으로 기뻐하는 얼굴이었다. 그는 하나에게 작은 꽃다발을 내밀었다. 은은한 향기가 비에 젖은 공기 속으로 번졌다. “감사해요. 사실… 좀 망설였는데, 이렇게 됐네요.” 하나는 꽃다발을 꼭 쥐며 웃었다.
“망설일 게 뭐 있어요. 잘한 결정이에요. 하나 씨는 어디에 가든 잘할 거예요.” 동민의 눈빛은 한결같이 따뜻했다. 그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하나는 가슴이 흔들렸다.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이렇게 응원을 받고, 지지받는 기분이 낯설었다. 그런데 동시에, 속 어딘가에 작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캐나다. 그 두 글자가 주는 묘한 울림은 쉽게 떨쳐낼 수 없었다. ️ 출국 준비 며칠 후, 병원 동료들과 송별회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방안이 어수선했다. 여권, 비자, 서류, 캐리어 위에 쌓인 옷가지들. 그녀는 거울 앞에 서서 잠시 멍하니 자신을 바라봤다. 26살. 8년의 연애는 끝났고, 이별 후 2년 동안 버티며 여기까지 왔다. 새로운 나라, 새로운 시작. 그런데 왜 마음속엔 계속 어떤 이름이 떠오를까. 김동현. “아니야, 그럴 리 없어.” 하나는 고개를 저었다. ‘캐나다는 넓어. 설마 거기서 마주칠 확률이 얼마나 되겠어. 이제 난… 동민 씨랑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싶어.’
공항 전날 밤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하나는 동민의 메시지를 받았다. “내일 비행기죠? 잘 다녀와요. 너무 오래는 기다리게 하지 말고요.” 그 말에 하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의 말투는 늘 부담스럽지 않고, 은근히 다정했다. “네, 다녀올게요. 고마워요.” 짧게 답장을 보낸 뒤, 하나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눈을 감으려 했지만, 심장이 자꾸 두근거렸다. 이건 설렘일까, 아니면 불안일까. 출국의 날, 인천공항. 떠나는 이들과 배웅하는 이들로 붐비는 출국장은 시끌벅적했지만, 하나의 마음은 이상하게 고요했다. 동민이 공항까지 나와 있었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작은 선물을 건넸다. “여행용 파우치예요. 필요한 거 담아두면 좋아요.” 하나는 순간 울컥했다. “정말… 고마워요. 동민 씨.” “가서 힘들 때마다 연락해요. 내가 항상 여기 있을 테니까.”
그 말은 든든했지만, 동시에 가슴이 저릿하게 아팠다. 마치 마음 한구석에서 ‘다른 목소리’가 겹쳐지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동현의 마지막 말. 하나는 그 목소리를 억누르듯, 고개를 숙이고 출국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창밖으로 보이는 구름이 천천히 아래로 멀어졌다. 하나는 창문에 이마를 기대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잘할 수 있을 거야… 괜찮을 거야.”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설명할 수 없는 예감이 들려왔다. 마치, 운명이 그녀를 어디론가 끌고 가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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