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강아지명재현씨

조회수 16325.08.16

<다시 사랑해도 될까> _ 2화

2화 : 2년의 공백 시간은 잔인할 만큼 빨랐다. 그날 이후, 문하나는 매일같이 무너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마다 울었고, 병원 근무 중에도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에 눈앞이 흐려졌다. 김동현이라는 이름은 그녀의 삶에서 도려낼 수 없는 흉터처럼 남아 있었다. “문 간호사님, 여기 링거 좀 봐주세요!” “아, 네!” 병동은 늘 분주했다. 환자들의 호출, 의사들의 지시, 각종 알람 소리에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몰랐다. 오히려 바쁠 때가 더 나았다. 생각할 틈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교대 근무가 끝나고 집에 혼자 남으면, 그 공백은 너무나 선명했다. 동현과 함께 보던 드라마, 함께 가던 카페, 함께 웃던 대화. 그 모든 순간이 ‘없음’으로 남아 그녀를 괴롭혔다.

1년 후 이별한 지 1년이 흘렀을 때쯤, 하나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눈물은 덜 흘렸고, 억지로라도 웃을 수 있었고, 동현의 이름을 꺼내도 심장이 쪼개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자리를 대신할 누군가가 쉽게 들어오진 않았다. 그 즈음, 한동민이 나타났다. 어느 오후 “문 간호사님 맞죠?” 교대 근무가 끝나고 병원 근처 카페에 앉아있던 하나 앞에 낯익은 얼굴이 서 있었다. 한동민, 병원 후원 모임에서 몇 번 마주친 사람이었다. 늘 깔끔한 셔츠 차림에, 웃을 때 눈이 부드럽게 접히는 남자. “아… 동민 씨.” 하나는 피곤한 얼굴에도 미소를 지었다. “여긴 어쩐 일이세요?” “회의 끝나고 잠깐 커피 마시러요. 혹시 같이 앉아도 돼요?” 허락을 기다리지도 않고 맞은편에 앉은 그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병원 이야기, 취미,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하나는 오랜만에 누군가와 편안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봄날의 산책 그 후로 동민은 가끔 하나를 찾아왔다. 늦은 저녁, 피곤에 지쳐 쓰러지기 직전일 때 “간호사님, 힘내요. 이거 아이스 아메리카노.” 라며 커피를 건네기도 했고, 주말이면 “병원 근처에 벚꽃 피었대요. 잠깐 걸을래요?” 하며 산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나는 처음엔 조심스러웠다. 그의 다정함에 흔들리는 자신이, 마치 동현을 배신하는 것 같아서. 하지만 어느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나도 이제 누군가와 웃을 수 있구나.’ 어느 저녁 “하나 씨, 다음 주에 시간 돼요?” 동민의 카톡이 도착했다. 하나는 잠시 휴대폰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답장을 보냈다. “네, 괜찮아요.” 손가락이 떨렸다. 그 순간 그녀는 비로소 인정했다. 동현을 완전히 잊은 건 아니지만, 새로운 누군가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운명 같은 제안 며칠 후, 병원에서 해외 파견 간호사 모집 공지가 붙었다. 미국, 영국, 호주, 싱가포르… 지원자가 몰려 이미 마감된 곳이 대부분이었다. 남은 자리는 단 한 곳. 캐나다. “캐나다라…” 하나는 공고문을 보며 가볍게 중얼거렸다. 순간, 가슴 어딘가가 철렁 내려앉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설마. 그 넓은 땅에서 다시 마주칠 일은 없겠지.’ 결국 그녀는 지원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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