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댕

조회수 8526.01.04

[CODE-Y] Ep 10 "경계선"

수술이 끝난 다음날. 민호는 드레싱을 위해 병실에 왔다. 문이 열리자 공기가 먼저 달라졌다. 소독약 냄새가 아닌, 한참 쓰이지 않은 공간의 냄새였다. 민호는 발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병실 안을 훑었다. 민호: "...없네." 병실 번호는 맞았다. 침대도, 모니터도 그대로. 그런데 윤이 있어야 할 흔적만 없었다. 배액통은 비어 있었고, 연결되어 있어야 할 라인은 정리된 채 걸려 있었다. 의도적으로 치운 것처럼. 민호는 바로 차트를 꺼냈다. 이동 기록 없음. 외출 기록 없음. 상태는, "절대 혼자 움직이면 안 됨"으로 표시돼 있었다. 차트 하단, 익숙하지 않은 표기가 눈에 들어왔다. Y - 별도 경과 관찰.

민호는 그 글자를 한참 보고 있다가 병실을 나섰다. 윤은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앉아 있다는 표현도 정확하진 않았다. 몸을 세우고 버티고 있다는 쪽에 가까웠다. 갈비뼈 쪽이 욱신거렸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통증이 바로 올라왔다. 그래도 병실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여기는 병실이 아니었다. 치료실도, 대기실도 아닌 애매한 공간. 불은 켜져 있지만 사람은 없고, 문은 안쪽에서 열 수 없었다. 윤은 낮게 중얼거렸다. 윤: "여긴... 뭐 하는 데야." 발소리가 들렸을 때, 윤은 고개를 들었다.

민호였다. 민호는 윤을 보자마자 얼굴이 굳었다. 먼저 본 건 윤의 얼굴이 아니라, 숨 쉬는 리듬이었다. 민호: "윤 씨." 윤은 웃지도, 안심하지도 않았다. 대신 바로 질문이 튀어나왔다. 윤: "나 왜 여기 있어요?" 민호는 잠시 말을 고르는 듯했다. 윤: "아까까지 병실이었잖아요. 눈 떴더니 여긴데, 아무도 없고." 민호가 한 걸음 다가왔다 윤: "그리고... Y가 뭐예요." 그 말에 민호의 시선이 잠깐 흔들렸다. 윤은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윤: "차트에 있던 거 사람 이름도 아니고, 병명도 아니던데." 숨이 가빠졌다. 질문을 던질수록 가슴이 더 아파왔다. 윤: "도대체 여긴 뭐고 난 왜 여기에 있어야 해요?" 그때 뒤에서 다른 목소리가 겹쳤다.

방찬이었다. 방찬은 상황을 훑듯 보고, 민호보다 먼저 윤에게 시선을 맞췄다. 찬: "여기에 있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윤은 그 말에 더 혼란스러워졌다. 윤: "그럼요?" 방찬은 대답 대신 민호를 봤다. 찬: "일단 다시 병실로 갑시다. 지금 질문에 답하면, 더 아파질 것 같네요." 윤은 반박하려 했지만, 숨이 먼저 끊겼다. 말보다 통증이 앞섰다. 찬: "천천히요. 말하지 말고." 민호가 윤의 옆으로 와 조심스럽게 부축했다. 윤은 마지막으로 그 공간을 한 번 더 봤다. 아무 표시도 없는 문, 의미 없는 불빛. 그리고 머릿속에서 질문 하나가 지워지지 않았다. Y.

병실로 돌아오는 길은 짧았지만, 윤에게는 길게 느껴졌다. 걸을 때마다 갈비뼈 안쪽에서 둔한 통증이 따라왔다. 숨을 얕게 유지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었다. 침대에 다시 눕는 순간, 민호가 바로 상태를 확인했다. 붕대 끝이 피로 미세하게 젖어 있었다.

민호: "출혈이 생겼네요." 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시선을 천장에 둔 채, 낮게 숨을 고르기만 했다.

방찬은 모니터 수치를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찬: "통증 올라온 건 당연해요. 지금 상태에서 혼자 움직이면 안 되는 이유도 그거고요." 윤의 눈이 찬에게 옮겨졌다. 윤: "아까 있던 곳. 원래 환자가 가도 되는 데인가요?" 찬: "아니에요." 윤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물었다. 윤: "그럼 왜 열려 있었어요?" 민호가 대답했다.

민호: "보통은 열려 있지 않아요." 윤: "그럼 오늘만요?" 짧은 침묵. 찬: "그럴 수도 있고요." 윤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윤: "사고도, 회복도... 제가 여기 있는 이유도 다 설명이 안 돼요."

찬: "그래서 관찰이 들어간 겁니다." 윤: "차트에 적힌 그거 때문이에요?" 찬: "뭘 봤죠?" 윤: "알파벳 하나요. Y." 방찬은 차트를 덮었다. 찬: "윤 씨는 교통사고 환자로 들어왔어요." 윤: "그럼 지금은요?" 찬: "..경계선에 있어요." 윤: "뭘 기준으로요?"

민호: "사고로 설명되지 않는 회복 속도, 그리고 아까 같은 행동이요." 윤은 낮게 웃었다. 윤: "그럼 전 실험체 같은 건가요?" 공기가 미묘하게 굳었다. 찬: "아직은 아니에요." 윤: "아직은요?" 찬: "그래서 지켜보는 겁니다." 윤은 잠시 말을 잃었다. 윤: "그럼 전 여기서 못 나가요?" 민호: "지금 상태로는요." 윤: "언제까지요?"

찬: "Y가 기록이 아니라 의미가 될 때까지요." 윤의 손이 시트를 움켜쥐었다. 윤: "전 아무것도 선택한 적 없어요.." 민호: "그래서 더 위험한 거예요." 윤: "뭐가요?" 민호: "윤 씨가 모르는 사이 이미 한 번 선을 넘었다는 거요." 윤은 숨을 고르며 물었다. 윤: "..전 여기서 살아서 나갈 수는 있죠?"

민호는 바로 대답했다. 민호: "그건 저희도 같아요." 윤: "무슨 말이에요?" 민호: "끝이 어디인지 모른다는 거요."

총 9개의 댓글

  • 배서아_BEAseoa_ 26.01.04

    그러게 병실을 왜 나가..!!!!! 😤 너무 과몰입되요❤️ 오믈두 감사햐요🥰

  • ✨️김승민개잘생김✨️ 26.01.08

    아..! code-Y의 'Y'가 '왜'라는 뜻의 'why'인건가요..!!

  • 리노야푸딩먹땨🍮 26.01.08

    머야 쌤 개재밋어요 대사 하나하나가 과몰입을 유발하네요

  • s0me.TAY 26.01.29

    흐아ㅏㅏㅏ 빨리 담편여ㅕ! 넘 재밌어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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