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강아지명재현씨

조회수 15825.08.11

<여름의 첫사랑> _ 10화

10화. 다시, 같은 자리 월요일 아침. 복도는 시험기간을 앞두고 책을 안은 학생들로 분주했다. 하나는 창가에 서서 교과서를 넘기고 있었지만, 한 장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멀리서 이한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이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한 역시 그녀를 발견했다. 잠시 멈칫했지만, 이번엔 피하지 않았다. “하나야.” 단호하고, 그러나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잠깐만… 얘기하자.” 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조용히 옥상으로 향했다. 문을 닫자,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쳤다.

이한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날, 지현이랑 있었던 거… 미안해. 내가 바로 거절했어야 했는데, 그 순간에… 그냥 웃고 넘기면 될 줄 알았어.. 근데 네가 그렇게 볼 줄은 몰랐어.” 하나는 눈을 내리깔았다. “나도 미안해. 성호 선배랑 있었던 건 진짜 발표 준비였어. 근데… 너가 지현이랑 있는 거 본 뒤라, 괜히 방어적으로 됐나 봐.” “그래도, 그날 네가 안 온 거… 진짜 서운했어.”

하나는 작게 웃었다. “너도 나한테 연락 안 했잖아.” “했어. 세 번이나.” 이한이 휴대폰을 꺼내 보여주자, 하나의 눈이 커졌다. 확인하지도 못한 메시지들이 떠 있었다. “…나, 그날 너무 복잡해서 폰도 안 봤나 봐.” 둘은 한동안 바람 소리만 들으며 서 있었다. 그리고, 이한이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다시… 원래대로 가자. 서로 안 보고 판단하는 거 말고, 그냥 직접 물어보자. 이런 거로 멀어지기 싫어.” 하나는 그 손을 바라보다가, 살짝 잡았다. 온기가 손끝으로 전해졌다. “응. 나도 그래.” 점심시간. 태산은 멀리서 동현과 하나가 웃는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드디어…” 그의 옆에 있던 지현이 물었다. “뭐가?” “아냐, 그냥… 두 사람, 다시 잘 만나나 보네.” 태산이 말하자 지현은 잠시 그쪽을 보더니, 얇게 웃었다. “그래야지. 서로 좋아하는 거 티 나는데.”

그날 하굣길, 이한과 하나는 나란히 걸었다. 주황빛 노을이 천천히 거리를 물들이고 있었다. “너 내일은 도서관 말고, 같이 집에 가자.” 이한이 말했다. 하나는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럼 지현이랑은?” “야—” 이한이 황급히 그녀를 바라봤다. 하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농담이야.” 그 웃음소리에, 이한도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은, 예전처럼 두 사람 사이를 따뜻하게 채워갔다. ⸻ 이제, 그들 사이에 있던 조용한 그림자는 바람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여름의 공기는, 조금 더 가까워진 두 사람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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