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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7825.11.06

덫에 걸린 파랑새 NO.1

#빙의글 #이민호 #사극 #스트레이키즈 #리노

찬란해야 할 동궁은 차가운 감옥과 같았다. 왕의 엄격함 아래, 이민호 세자의 삶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틀 속에 갇혀버렸다. 아버지인 왕은 그에게 오직 학문만을 강요했고, 어린 세자가 잠시나마 즐거움을 찾았던 활쏘기와 검술은 '왕자에게 불필요한 사치'라는 이유로 철저히 금지되었다. 그의 방에는 경전과 사서만이 가득했고, 무거운 책장의 그림자처럼 그의 영혼도 점차 어두워졌다. 세월이 흐르며 억눌린 본성은 광기라는 독을 품고 터져 나왔다. 이민호는 밤마다 홀로 허공을 응시하며 기이하게 씩 웃거나, 아무 죄 없는 궁녀를 동궁으로 불러내 갑자기 시비를 걸고 욕설을 퍼붓는 일로 불안정한 정신을 표출했다. 그의 일상은 곧 동궁의 공포였다. "폐하의 뜻이 곧 하늘의 뜻이니, 너는 오직 군왕이 될 그릇을 닦는 일에만 전념해야 한다!" 어린 시절, 활을 잡은 손을 매섭게 후려치던 왕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 목소리는 이제 그의 광기를 부추기는 메아리가 되었다.

궁녀 태희는 여느 날처럼 냇가에서 빨랫감을 두드리고 있었다. 맑은 물이 흐르는 소리만이 평화롭게 이어지는 순간, 인기척이 들렸다. 고개를 들자 낯선 내시 하나가 보였다. 궁녀의 처소 근처에 내시가 발을 들이는 일은 극히 드물었고, 특히 태희가 일하는 이 외진 곳은 더욱 그러했다. 그녀는 혹여 자신이 길을 잘못 알려주어야 할 만큼 상대가 길을 잃었을까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태희는 궁에서 내시와 마주쳐본 적도, 마주봐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인 규칙을 알고 있었다. 불필요한 소문이나 오해를 피하기 위해, 그녀는 재빨리 빨랫감을 챙겨 몸을 돌려 궁으로 달음질쳤다. 숨을 헐떡이며 돌아온 태희에게 주변 궁녀들이 속삭였다. "태희야, 큰일 났다. 세자 저하께서 너를 찾으신다." "나를요...? 무슨 일로..." "모르겠다. 일단 어서 가보렴. 안색이 매우 안 좋으셨다더라."

궁녀들의 말에 잔뜩 긴장한 채 이민호의 동궁에 들어선 태희는 눈앞의 광경에 경악했다. 동궁은 폐허나 다름없었다. 나라에 곡식이 부족하여 금주령까지 내려진 엄중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바닥에는 텅 빈 술병들이 나뒹굴고 막걸리 잔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세자 저하의 처소라기보다는 한량의 은신처 같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앉아있는 이민호의 얼굴. 순간 태희의 머릿속에 섬광이 스쳤다. 익숙한 얼굴, 묘하게 광기 어린 눈빛. 냇가에서 자신을 보았던, 그 내시의 얼굴이었다. 공포가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태희가 뒷걸음질 치려는 찰나, 이민호가 기이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덫에 걸린 아름다운 파랑새가 드디어 내 우리에 스스로 들어왔구나."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섬뜩했다. "네가 냇가에서 날 보고 도망칠 때, 나는 묘한 흥미를 느꼈다. 모두가 내게 고개를 숙이는데, 너는 감히 나를 보고 피했지. 마치 죄를 지은 것처럼."

이민호는 그녀가 냇가에서 자신을 내시로 착각하고 도망친 그 행동에서, 억압된 삶 속에서 유일하게 보지 못했던 ‘자유‘의 그림자를 보았다. 그는 그 자유를 상징하는 그녀를 동궁 안에 가두어두려 했다. 이민호는 태희를 자신의 광기와 고독을 달래줄 유일한 존재로 낙인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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