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미노민호
조회수 292일 전
리노미노민호
조회수 292일 전
이대로... 죽는 건가? 점점 더 거세지는 파도, 나를 계속해서 삼키는 바다, 그칠 줄 모르고 내리치는 비.
눈이 서서히 감겨진다. 더 이상 살려달라고 말할 힘도 없다. 물살이 자꾸만 나를 아래로 끌어내린다.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는다.
어디를 둘러봐도 푸른 지평선 뿐인 이 곳에서 나는 눈을 꼭 감았다. 더 이상 눈 앞에는 아무런 빛도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저 어두컴컴한 어둠만이 나를 기다릴 뿐. 두려웠다. 이대로 천천히 죽게되는걸까?
그때, 풍덩. 누군가가 나를 구해줬다.
내 허리를 꽉 붙들고 물위로 헤엄쳐 올랐다. 덕분에 간신히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푸하. 그는 내가 물을 무서워한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나를 해변까지 올려다 주었다.
헉헉. 숨을 거칠게 쉬고 있는 그에게, 고맙다고 먼저 말하고 싶었지만 누구냐는 질문이 먼저 튀어나와버렸다. "누구세요?"
"현진이요. 황현진." "저를... 왜 구하신거예요..?" "그래야만 했으니까요. 그건 내가 아니었어도 누구나 그랬을 거예요." "고마워요. 현진씨." "별말씀을요. 저는 해야할 일을 한 것 뿐입니다."
"물 무서워 하시는 거 아니예요? 근데 어쩌다 물에 있게 된거예요?" "그냥... 그냥 이 답답함 속에서 간절히 벗어나고 싶었어요." "그랬구나. 많이 춥지요? 일로와요. 제 옆에 계세요." 그리고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먼저 나불거리는 입.
"잘생기셨네요..."
이 바보야. 초면에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하니. 정말 내 머리를 한대라도 쥐어박고 싶었다. 순간 당황한 듯 보였지만 다행히도 곧 사르르 눈웃음을 짓는 현진씨.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있는 게 느껴졌다. 당신 그러면 유죄야.
"나랑 밥 먹으러 갈래요?" 제멋대로 나불거리는 입. 미쳤구나. 미쳤어. 초면에 꺼낸 말이 밥 먹으로 가자라니. 그런데 뜻밖에도 그에게서 나온 말은
"그래요 좋아요." 그렇게 우리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갔다.
정말 뜬금없지만 정말 말도 안되지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에 빠진게 어쩌면, 어쩌면 하늘에서 내려준 축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현진씨, 구해줘서 많이 고마워요.
총 1개의 댓글
리노미노민호 2일 전
올렸다가 실수로 지워버려서 다시 올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