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내가 그 집에 들어온게 6살이였다. 고작 6살인 내가 이해하기엔 재혼은 너무나도 어려웠다. 어릴 적 아빠는 돌아가셨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종종 엄마방에 몰래 들어가서 사진을 훔쳐본게 전부이다. 처음엔 이상한 아저씨가 집에 있다가 갔는데 점점 자주 오더니 이렇게 되버렸다. 나라고 이 집으로 오는게 좋았던건 아니다. 새 사람과 새 환경에 적응하는건 너무 어려웠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처음 본 사람은.. 마치 강아지 같았다. 인간 강아지. 엄마: 이제부터 태희 오빠야~ 태희 형제 자매 없어서 늘 심심해 했는데 잘됐지? 태희:...강아디..같아.. 엄마: ㅎㅎ 승민: 웬만하면 집에 잘 안들어오니까 저한테 애 맡기지마시고요. 막내는 이제 고3이니까 안건들이시는게 좋을거에요. 엄마: 아 그래ㅎㅎ.. 강아지 옆에 토끼 옆에 늑대라. 그땐 마치 동물원 같았다. 너무너무 닮아서. 민호: 여기 애들 다 성 달라요. 따지고 보면 아빠만 같아서. 구분이라도 하려고 엄마 성 따라가는거

민호: 저도 이제 집에 잘 안들어올 계획이니까. 찾지마시고요. 현진: 황현진이고. 방 안에만 있을거니까 신경 안쓰셔도 돼요. 방찬: 방찬. 창빈: 서창빈. 어차피 안들어오니까 신경 끄세요. 용복: 이용복이고. 태희는 제가 잘 챙겨볼게요. 재는 양정인. 고등학교 3학년이에요. 엄마: 고마워ㅎㅎ.. 태희: 엄마..집 언제가?.. 아빠: 잠깐 오지? 엄마: 아 네~ 정적이 흐른다. 어색하다. 이런 분위기, 이런 공기. 민호: 이제 여기가 니 집이야. 보다시피. 우린 그닥 친절하지 않아. 그러니까 줄 잘서. 너가 책임질 수 있게. 승민: 어디서 굴러들어와선.. 창빈: 짜증나게. 방찬: 난 널 챙겨줄 생각 없으니까. 알아서 잘커라. 저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냥..그땐 아무생각도 없었다. 7살 때. 눈치라는걸 보게됐다. 내가 여기 서열 꼴찌라는 걸 알았다. 7살 생일. 같이 보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맞던 오빠들을 보았다. 입술이 터지고 피멍이 들 때까지 주먹질이 멈추지 않았다.

그제서야 알았다. 그 말을 뜻을. "줄 잘서." 내가. 망가지지않았으면 좋겠는 바람이었다는 걸. 문 앞에 서있는 7살짜리 나를 보고 막내오빠가 한 말은 정인: 니 잘못이 아니야. 이 말이 언제부터 이렇게 따듯했을까. 그 날 방에 들어가서 서열을 정리해보았다. 고사리같은 작은 손으로 열심히 적었다. 여기서 눈치싸움을 실패한다면. 그대로 나락이다. 그렇게 눈치 봐온지 멀써 9년. 오늘은 16살 내 생일이다. 정인: 생일..축하한다. 용돈 보냈으니까 사고싶은거 사. 태희: 응. 민호-밥 챙겨먹어. 생일이잖아. 문자 하나 달랑 보냈지만. 작년보단 났다. 방찬- 선물을 보냈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티라미수 창빈: 생일 축하해. 현진: 생일인데 케잌은 있어야지. 승민: 생일 축하해. 선물 시켜놨어 내일 온다니까 받아. 태희: 응. 작년보단 꽤 따듯하다. 케잌도 받았고 용돈,선물도 받았다. 이 집이.. 오늘은 너무너무 따듯하다. 다음날) 정인: 일어나.

태희: 왜..오늘 주말인데.. 정인: 아빠 1시간 뒤에 한국 도착이래. 태희: 다음주 아니였어? 정인: 일찍 끝나서 일찍 오셨나봐. 옷 입고 준비해서 나와. 태희: 응. 30분 뒤) 태희: 가자. 민호: 타. 민호 오빠 차를 탄건 오늘이 처음이였다. 처음이자 마지막이겠지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차에서 뛰어내려 전광판을 확인했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큰일날 뻔 했다. 승민: 옷차림 조금 더 단정하게 하고 오지. 태희: 그럴 시간이 있었어야지. 승민: 아버지 오면 일단 죄송합니다. 부터 해. 태희: 왜. 승민: 아버지가 너 학교,학원 다 빠지고 콘서트 간거 알았으니까. 그니까 내가 주말 표로 사라고 했잖아. 태희: 주말표 샀다가 사람들한테 묻힐 일 있어? 승민: 하이고. 어쨌든 사과 먼저 해. 이번 일은 어머니 아버지 동의 없이 니 맘대로 한거잖아.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화난 얼굴이. 꽉 쥔 주먹이. 태희: 죄송... 짜악! 승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