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_MANIAC

조회수 14926.02.04

{합작} 32021 EP.1

" ..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 최대한 부드러운 말투. 애써 뱉지만 상대에겐 밝고 친절해 보일. 그리고 따뜻한 미소. 내가 그를 다시 만나도 아무렇지 않게 웃을 수 있게. 그저 따뜻해 보일 뿐이다. 그러나 그 속을 찔러 보기 전엔 아무도 모른다. 아무리 이 생활이 거짓이라 해도 인간은 포장된 걸 좋아한다, 내용물은 뜯어봐야 알겠지만. 보잘것없는 선물을 받아도 포장 자체가 잘 되어있으면 기대하기 마련이니. 나는 그에게 내가 정상적으로 잘 살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중이다. 언제 나타날지, 또 언제 날 괴롭힐지, 뭐 지금 날 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 .. 오랜만이야, 오빠. " 카페 퇴근 후, 몇 개월만에 만나는 찬 오빠를 만났다. 그의 표정은 좋지 않아 보인다. 그녀와 2인석 자리에 앉아 있는데, 반갑지만 어딘가 불쾌한 감정이 섞인. 그는 평소 생각이 많으면 그런 표정을 짓곤 했다. 이미 태희에겐 익숙하다. " 어, 오랜만이네. 잘 지내지? " 떨떠름한 표정은 어느새 사라져 그의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자리 잡고 있다. 살짝 입꼬리를 올렸음에도 보조개가 보일 정도로. 그녀는 항상 그게 참 신기했다. 살짝 웃었을 뿐인데 양 볼이 파이는 것이, 인상 좋아 보이지 않는가. 자기와는 다르게. " 나야 뭐, 오빠가 카페 알바하라니까 잘 하고 있지. " 몇 년만에 얻은, 그나마 제대로 된 돈벌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이 찬 오빠 덕분이다. " 표정이 안 그런데. 나이가 몇인데 알바나 하냐, 는 느낌이야. " 찬 오빠는 배시시 웃는다. 저 딱딱한 표정이 재밌고, 오랜만에 봐서 더 좋다는 듯이.

" 네 성격상 사람 반기는 서비스업이 즐겁진 않겠지. " 찬 오빠는 태희가 활짝 웃으며 고객에게 잔을 나를 것을 상상했는지, 쿡쿡 웃어댄다. 그리고 태희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에 입꼬리만 올라간, 입 주변만 따뜻한 얼굴을 띄고 있다. " 그래도 그 욱하는 성격 죽이려면 이런 거 많이 연습해야 할 거 아니야. " 그는 웃음을 멈춘다. " 그래, 뭐.. " 그녀는 찬 오빠보다 아래를 응시하고 멍하니 대답한다. " 나는 아직도 억울하거든. " 찬 오빠가 약간 멈칫하다 입을 열고 말한다. 혼잣말 같이. 하지만 태희는 분명히 들었다. " 뭐가 아직도 억울해, 내가 한 거 맞는데. " 태희는 아무렇지 않게 위로하듯 찬 오빠에게 말한다. "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그게 진짜 같잖아. " 찬 오빠가 슬슬 입꼬리를 올린다. " 그게 진짜가 맞으니까 그래. 그래서 내가 지금 이러고 사는 거 아니야. 그 새끼한테 정상적으로 살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지. " 그녀는 그를 바라본다.

" 그리고, 내가 진짜 죽인 것도 아니잖아. " 태희는 말한다. " 그걸 지금 걱정이라고 하는 거야? " 찬 오빠는 어이없다며 웃는다. " 다 지나간 일이야, 오빠. 내가 그 새끼 죽이려든 거 맞고. 이제 좀 놓고 살아. 나 잘 지내니까. " 태희는 차분히 단어를 나열하며 찬 오빠의 손을 살짝 잡아준다. " 오빠 덕분에 이러고 있어. " " 말투가 마음에 안 든다, 서태희. 내가 억지로 시킨 것 같이 말해, 진짜. " 찬 오빠는 장난스런 웃음을 지으며 투덜 거린다. 아마 이래서 내가 편하게 지내는 거겠지, 전과자 주제에도.

총 2개의 댓글

  • 알럽땨땨🐶ᩚ🌀 26.02.04

    많관부❤️

  • EX_MANIAC 26.02.04

    이 작은 [알럽땨땨]와 하는 합작입니다👏 2화는 땨땨가 올릴 거예요🙌❤️ 오타 있을 수 있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