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강아지명재현씨

조회수 12725.08.13

<바다를 닮은 너> _ 5화

5화. [파도에 묻힌 이름] 주말 아침, 하나는 마을 슈퍼에서 장을 보고 나오다, 바닷가 쪽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를 들었다. 고개를 돌리니 운학이 파도 가까이 서 있었다. 그 옆에는 낡은 나무 팻말이 세워져 있었고, 거기엔 희미하게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김도윤」 비바람에 색이 바랜 글씨가, 오히려 오래된 흔적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하나는 괜히 발걸음을 늦췄다. 운학은 팻말 앞에 오래 서 있다가, 허리를 숙여 무언가를 모래 위에 놓았다. 조그만 조개였다. [부드러운 침묵] 하나가 가까이 다가가자, 그는 놀라지도 않고 고개를 들었다. 김운학 : “산책 나왔어?” 문하나 : “…응. 저건 뭐야?” 운학이 시선을 팻말로 돌렸다. 김운학 : “친구.” 그 한마디는 설명이 전부였다. 하나는 더 묻고 싶었지만, 그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그의 눈빛은 바다보다 깊고, 파도보다 조용했다.

그날 오후 학교 숙제가 있어 하나는 도서관에 갔다. 우연히 창가 자리에 앉아 있는 운학을 발견했다. 그는 공책을 펴고 있었는데, 그 속에 적힌 글씨가 하나의 시선을 붙잡았다. “바람 부는 날, 도윤이랑 같이 걸었던 모래사장. 웃으면서도, 사실은 울고 있었던 거 다 알았어.” 하나는 눈을 돌렸지만, 그 짧은 문장이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하나는 운학이 ‘죽은 사람 얘기를 적는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마, 그 ‘죽은 사람’이 이 도윤이라는 친구일 것이다. 왜 죽었는지, 언제였는지, 그건 알 수 없지만… 분명 그 일은 운학에게 큰 발자국을 남긴 듯했다.

저녁 바닷가 저녁 무렵, 하나는 일부러 바닷가로 나갔다. 그리고 정말로, 거기 운학이 있었다. 그는 모래 위에 앉아, 조개껍질로 또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문하나 : “오늘은 뭐 그려?” 하나가 옆에 앉자, 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김운학 : “배.” 문하나 : “또 배야?” 김운학 : “응. 도윤이가… 먼 데 가고 싶다고 했거든. 멀리, 아주 멀리.”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김운학 : “근데… 진짜로 가버렸어.” 파도 소리가 커져서, 그 다음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밤, 하나는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오래 깨어 있었다. ‘운학 옆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의 발자국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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