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동산

조회수 12225.02.02

dream : 잊을 수 없는 사랑

#이별 #단편 #스토리 #한태산 #한동민 #태산

눈을 떴다. 여긴 어디인가. 난 누구인가. 저 멀리 공책에 글씨를 쓰고 있는 내가 보인다. 말리고 싶다. 가까이 가려 해도 투명한 벽이 날 가로막고 있다. 죽고 싶다. 죽고 싶었다. 그 애 없인, 난 그저 볼품없는 망한 작품이다.

다른 곳으로 왔다. 아름다운 미술관이다. 미술품들이 전부 너를 연상케 한다. 너가 키우던 고양이, 쓰던 운동화, 자주 사용하던 안경, 커플반지.. 출구가 보인다. 나아갈 수 없다. 거울 속 네가 날 부르고 있다. 혼란에 빠진다. 이 영원한 꿈속에서 빠져나가고 싶다.

또 이상한 곳이다. 방 전체에 큰 모니터 4개가 있다. 모니터 4개가 켜진다. 사랑의 4단계. 1단계. 첫 만남. 너와 내가 처음으로 만나 사귀었다. 행복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2단계. 여전히 행복해 보인다. 영화관에서 네가 내 손을 슬쩍 잡는다. 그때의 그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3단계. 질린다. 다른 남자들이 더 멋져 보인다. 얘기할 때마다 억지로 웃으니, 예전과 다르게 정적이 흐른다. 힘들다. 끝내고 싶다. 4단계. 아주 크게 싸우고 헤어진다. 돌아가고 싶다. 내가 왜 그때 헤어지자고 크게 말했을까. 네 생각 하나 안 들어보고 집으로 돌아간 내가 후회된다.

5...다ㄴ......ㄱㅖ. 외로움과 슬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난 결국 절벽으로 떨어진다. 모니터가 꺼졌다. 난 그 자리에서 몇 시간을 울고, 또 울었다.

시원한 바다다. 아직 연애 중인 나와 네가 보인다.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행복한 과거의 내가 부럽다. 바닷물이 나에게 살짝 튄다. 차갑다. 느낌이 너무 생생하다. 꿈이 아닌 것 같다. 팔과 다리, 머리가 점점 아파온다.

또 어딘가로 이동됐다. 병원이다. 내가 누워있다. 머리와 다리가 점점 아파온다. 이건 꿈이 아닌가.. 볼을 꼬집자, 아프다. 앞에 의사와 가족들이 서 있다. 그리고.. 너.

아무 말 없이 이어폰을 끼고 무덤덤하게 있는 네가 보인다. 말하고 싶다. 네 이름 세글자를. 아무리 불러도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 지, 가만히 있다. 그리고 곧 너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사망입니다. 죄송합니다.」

총 3개의 댓글

  • 타고난_끼가_운명입니다 25.02.02

    와.. 진짜 책 읽은거 같아요!! 되게 잘 쓰시네요!!

  • 채설은_❥ 25.05.10

    줍줍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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