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강아지명재현씨

조회수 14625.08.12

<바다를 닮은 너> _ 4화

4화. [지워지지 않는 발자국] 그날 저녁, 하나는 숙제를 하다 말고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을은 이미 어둠에 잠겨 있었지만, 멀리 바다 쪽은 여전히 은빛으로 반짝였다. 파도에 비친 달빛이 출렁이며 방 안까지 들어오는 듯했다. ‘저 바다, 김운학도 보고 있겠지.’

다음 날, 교실 아침 자습 시간. 하나가 교실에 들어서자 운학은 창가에 팔을 괴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교과서 대신 낡은 수첩 하나가 놓여 있었다. 문하나 : “그거 뭐야?” 하나가 조심스럽게 묻자, 그는 수첩을 닫아 버렸다. 김운학 : “그냥… 메모.“ 문하나 : “일기야?” 김운학 : “아니.” 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슬픈 지 기쁜 지 모를 웃음을 띄며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김운학 : “죽은 사람 얘기 적어둔 거야.” 순간 공기가 묘하게 가라앉았다. 하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책상 위 손가락만 만지작거렸다. 운학은 웃지도, 슬퍼하지도 않았지만, 그 한마디가 머릿속에 오래 맴돌았다.

오후 체육 시간 그날 오후, 체육 수업은 해변 마을답게 운동장 대신 바닷가에서 진행됐다. 아이들은 줄넘기와 이어달리기를 하고, 담임은 멀리서 호루라기를 불었다. 운학은 달리기를 하다 마지막 구간에서 일부러 속도를 늦췄다. 문하나 : “왜 멈췄어? 1등이었는데.” 하나가 물었다. 그는 숨을 고르며 짧게 대답했다. 김운학 : “굳이.” 문하나 : “굳이라니?” 김운학“누군가 1등 해야 기분 좋잖아. 난 안 그래도 되니까.” 그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마치, 자신은 뒤에 서는 게 익숙한 사람처럼.

방과 후, 바닷가 수업이 끝난 뒤, 하나는 우연히 운학이 바닷가로 가는 걸 봤다. 그를 따라가니, 그는 모래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문하나 : “또 여기네.” 하나가 다가서자, 운학이 잠시 고개를 끄덕였다. 김운학 : “여기 있으면… 마음이 좀 편해져.” 그는 발끝으로 모래를 긁으며 말했다. 김운학 : “아무리 지워져도, 발자국은 남아 있거든.” 문하나 : “파도가 덮으면 없어지잖아.” 김운학 : “겉에서만. 모래 속엔… 남아 있지.” 그 말에 하나는 가슴 한쪽이 묘하게 먹먹해졌다. 아마 그가 말하는 건, 단순히 모래 위 발자국만이 아닌 것 같았다.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하나는 생각했다. ‘운학은 뭔가를 잃은 사람 같다. 그런데도, 남겨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 같기도 하고…’

총 4개의 댓글

  • 원도어♡♥︎ 25.08.12

    쌤 어기서 끈타뇨 ㅠㅠ. (5화 기대할게요♡)

  • 명명이보호자[재시작](전계정:멍프💗) 25.08.13

    재미써여❤️

  • 똥강아지명재현씨 25.08.12

    5화부터는 내일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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