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강아지명재현씨

조회수 13325.08.12

<바다를 닮은 너> _ 2화

2화. 바다와 무심한 눈빛 첫 수업 종이 울리고, 아이들이 우르르 쉬는 시간으로 나갔다. 문하나는 책상에 앉아 조용히 필통을 정리했다. 서울에서 쓰던 화려한 색감의 필통이 이곳 교실에서는 유난히 튀어 보였다. 친구 1 : “야, 김운학. 너 전학생 옆이네?” 앞자리 남학생이 돌아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운학은 대답 대신 책상 위에 엎드렸다. 김운학 : “그래서?” 친구 1 : “그래서라니. 좀 챙겨줘야지. 서울 애잖아.” 김운학 : “알아서 하겠지.” 그 말투는 너무 무심해서, 옆자리인 하나조차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용기를 냈다. “…저기.” “응?” 운학이 고개를 돌렸다. 가까이서 본 그의 눈은 생각보다 깊었다. 마치 바다 속까지 가라앉아 있는 색 같았다. 문하나 : “혹시… 급식 먹을 때 어디로 가? 내가 아직…” 김운학 : “급식실.” 문하나 : “…응, 급식실인 건 알지.” 김운학 : “그냥 애들이랑 같이 가면 돼.” 말을 끝내고 그는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이건… 불친절한 건가, 아니면 그냥 원래 이런 건가.’

점심 시간. 하나는 반 아이 몇 명이 불러서 같이 줄을 섰다. 다행히 다들 친절했고, 밥을 먹으며 이것저것 묻기도 했다. 이도아 : “서울이랑 여긴 완전 다르지?” 문하나 : “응… 좀 조용해서 좋아.” 그 대답에, 반 친구들이 웃었다. 멀리서 운학은 다른 무리와 앉아 있었다. 웃지도, 크게 떠들지도 않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눈에 띄는 존재감이 있었다.

방과후 수업이 끝나고, 하나는 집으로 가는 길을 일부러 돌아 바닷가 쪽으로 걸었다. 바다는 이곳에서 가장 큰 풍경이었다. 잔잔한 파도 위로 저녁 햇빛이 부서지고, 갈매기들이 느릿하게 날았다. 그런데 모래사장 쪽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바닷바람에 머리가 헝클어진, 검은 아디다스. 김운학이었다.

그는 파도와 모래가 맞닿는 경계에 막대기를 들고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하나가 다가가자, 그는 고개를 살짝 들며 놀란 후, 바다로 시선을 돌렸다. 문하나 : “여기… 자주 와?” 김운학 : “응.” 문하나 : “왜?” 김운학 : “시끄럽지 않아서.” 짧은 대답 뒤, 그가 모래 위에 그린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파도에 휩쓸리기 직전의, 작은 배 한 척. “…이상하게 그렸네.” 하나가 웃자, 운학이 처음으로 미묘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김운학 : “너보다 잘 그릴걸.” 그 순간, 파도가 밀려와 그림을 지웠다. 운학은 아무렇지 않게 막대기를 내려놓고 일어섰다. 김운학 : “늦으면 어두워져. 길 모르잖아.” 그는 그렇게 말하곤, 모래 위에 길게 남은 발자국을 따라 앞장서 걸었다. ‘이상한 애인 줄 알았는데… 완전 무심한 것만도 아닌가?’

하나는 바닷바람 속에서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뭔가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지금 막, 이 마을에서의 첫 장이 열리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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