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기1

조회수 332일 전

청춘 에스 오 에스! [ 1. 연녹색 ]

온세상이 나를 등진 것 같이 슬프다가도 어느 날은 찢어지게 웃습니다. ​ 우리의 우정은 늘 과하고 사랑엔 속수무책이고 좌절은 뜨겁습니다. ​ - 드라마 [ 스물다섯 스물하나 ] 중

“형!“ ”어, 김승민!” 가채점이 끝나고 3학년 2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나갔다. 누군가는 조용히 탄식했고 누군가는 목 놓아 울어버렸다. 어찌 됐던, 지긋지긋했던 모의고사가 끝난 것이다. ”뭐야, 일찍 끝났네?“ ”응. 끝나자마자 바로 왔어요.” 당번인 민호가 자물쇠를 잠시 놀리다 앞문을 잠궜다. 복도가 고요했다. “시험 잘 봤어요?” “몰라. 그냥 찍고 잤는데.” “하긴. 운동부는 공부할 시간이 없죠?” 민호는 육상부였다. 동네 고등학교에 몇 없는 육상부의 몇 없는 회원이였다. 민호를 제외한 3학년 육상부 또한 희귀했다. 3학년이나 되서 수능 준비가 아니라 예체능 쪽 준비하는 미친 놈은 당연하게도 그 수가 적었으니까.

“너는 가채점 했냐? 어때, 첫 모의고사.” “안 했는데. 아마 올백일 걸요.” “이욜. 김승민 좀 하네?“ ”원래 잘했거든요.“ 그림자를 따라 걸으며. 민호가 승민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와, 방금 되게 재수 없었어. 알아요. 밖에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슬슬 뒷목에 머리카락이 기분 나쁘게 달라붙고 있었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이 느껴지자 민호가 얼른 승민의 어깨에 두른 팔을 빼고 손부채질을 했다. “아~ 더워.“ “그러게요, 진짜 덥다.” “이래서 여름이 싫어. 너무 덥지 않아 진짜?” “난 그래도 여름이 제일 좋던데.” “잉. 왜?” “그냥,“ 이쁘잖아요. 여름. 승민이 가방에서 부채를 꺼내 민호에게 건냈다. 부채를 받아든 민호가 날리듯이 부채질을 했다. ”뭐, 그렇긴 하지.“ 이런 대화나 나누며. 둘은 여름 한 가운데를 즈려밟아냈다. 천천히, 웃으면서.

- 민호는 혼자 살았다. 서울에 동생들과 엄마를 두고 시골로 내려와 혼자 산 지가 벌써 3년이 다 되어가는, 고등학생 자취러였다. 처음 혼자 시골에 내려왔을 때는 엄마에게서 문자를 간간히 받았다. 그마저도 밥은 먹었는지, 집은 괜찮은지 등의 기본적인 것들이였다. 그리고 현재, 마지막으로 한 연락은 두 달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집에 오면. 좀, 외로웠다. 띠링- ‘코치샘(님)으로부터 +3 메세지‘ ‘오늘은 훈련 나와라. 벌써 몇 달째 무단 결석이야?‘ ’너 수능도 포기했대매. 담임한테 다 들었다.‘ ’육상이라도 해야할 거 아니냐, 안 그래?‘ “…” 주목받는 육상 유망주. 떠오르는 신예. 미래의 국가대표. 한 때의 중학생 이민호를 칭송하던 수식어들이다. “…웃겨 진짜.“

- 불안과 한숨, 농담과 미소가 뒤섞여 제멋대로 모양을 냅니다. ​ 우리는 아마도 지금 청춘의 한가운데 있나 봅니다. - 드라마 [ 스물다섯 스물하나 ] 중

총 0개의 댓글

아직 댓글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