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강아지명재현씨

조회수 13825.08.11

<여름의 첫사랑> _ 14화

14화. 새 학기, 낯선 바람 새 학기가 시작됐다. 운동장에는 여전히 여름 햇살이 남아 있었지만, 바람에는 가을 기운이 묻어났다. “방학 끝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하나는 창가에 앉아 하품을 했다. 그때 담임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얘들아, 오늘부터 너희 반에 새 친구가 전학 왔다.” 모두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다. 긴 생머리에 깔끔한 교복 차림, 또렷한 눈매를 가진 소녀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이도아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교실 안의 몇몇 학생들이 작은 감탄을 내뱉었다. 담임은 자리를 배정하며 말했다. “도아는… 음, 이한 옆자리로 가자.” “안녕, 난 도아라고 해.” 도아가 손을 내밀자, 이한은 순간 눈이 조금 커졌다. 짧은 눈맞춤, 그리고 미묘하게 빨라진 도아의 심장박동. “…응. 반가워.” 그는 손을 가볍게 잡으며 미소 지었다. 그 짧은 순간, 도아는 자신도 모르게 생각했다. 아… 이 사람, 나한테 위험하다.

점심시간. 하나는 태산과 매점 앞에서 음료를 고르고 있었다. 멀리서 보니, 이한이 새 전학생과 나란히 걸어오고 있었다. “저 사람, 전학생이야? 예쁘네.” 태산이 중얼거리자, 하나는 무심한 척 음료를 들었다. “그래?” 하지만 시선은 자꾸 그쪽으로 갔다. 이한이 도아에게 뭔가 설명해 주는 듯, 몸을 조금 숙이고 있었고, 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고 있었다. 태산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하나야, 표정 관리 좀 해라. 네 눈에서 레이저 나가겠어.” “…아닌데.” 하나는 태연한 척 했지만, 마음속에 알 수 없는 찝찝함이 스며들었다. 그날 저녁, 도아는 혼자 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창밖에는 가을 별빛이 내려앉아 있었지만, 그녀의 머릿속엔 낮에 만난 이한의 얼굴만 떠올랐다. “이한…” 그 이름을 부르자, 이상하게 가슴이 뛰었다. 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결심하듯 작게 중얼거렸다. “내가… 더 알고 싶어.”

아침 자습 시간. 하나는 창밖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이한의 옆자리, 그곳에 도아가 앉아 있었다. “이거, 네 필통 맞지?” 이한이 도아에게 펜을 건넸다. 도아는 가볍게 웃으며 받았다. “응, 고마워. 너 진짜 세심하다.” 그 짧은 장면이 하나의 가슴속에 파문처럼 번졌다. 이한이 아무렇지 않게 웃는 모습은 익숙했지만, 그 웃음을 다른 여자에게 주고 있는 건 낯설었다. 점심시간, 도아는 일부러 하나 쪽 테이블로 다가왔다. “하나 맞지? 나 이도아야. 반가워.” 밝게 웃는 그녀를 보며, 하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응, 반가워.” “이한이 너 얘기 많이 하더라. 반에서 가장 친한 친구라고.” 도아의 말에 하나는 잠시 멈췄다. ‘친구’라는 단어가 이상하게 귀에 걸렸다. “친구..” 하나는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날 방과 후. 도아는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있는 이한을 멀리서 지켜봤다. 그가 공을 차올릴 때마다, 햇볕이 땀방울에 반짝였다. “이한아!” 도아가 손을 흔들자, 이한이 놀란 듯 고개를 돌렸다. “어, 도아. 무슨 일이야?” “집 가는 길 좀 같이 가자.” 이한은 잠시 망설였지만, “그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관중석 뒤에서 지켜보던 하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가방끈을 쥔 손이 조금 세게 당겨졌다.

저녁, 집 앞 공원. 하나는 벤치에 앉아 핸드폰을 꺼냈다. 이한에게 메시지를 쓸까 하다, 결국 지웠다. 별것 아닌데… 왜 이렇게 신경 쓰이지? 바람이 불자, 나뭇잎이 바스락거렸다. 그 순간, 옆에서 누군가 다가왔다. 태산이었다. “하나야, 너 요즘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지?” 하나는 잠시 망설이다, 낮게 말했다. “…이한이 옆에 전학생이 자꾸 있어. 나… 괜히 불안해.” 태산은 잠시 생각하다가, 조용히 말했다. “그럴 땐 혼자 끙끙대지 말고, 직접 얘기해. 안 그러면 오해는 커져.” 하나는 고개를 숙였다. 머릿속에서 이한과 도아의 웃는 얼굴이 겹쳐졌다. 그리고 그 사이에 서 있는 자신이, 조금 작아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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