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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은 ‘열다’의 명사형. 여름은 ‘열다’의 명사형, 무언가 분명히 열리고 있다는 증거 같은 계절이다. 오랫동안 닫혀 있던 창문이 한 번에 밀려나가고, 공기 속에는 익어가는 햇빛이 가득 스며든다. 해가 길어질수록, 시간의 문도 넓게 열려 하루가 더 많은 빛을 품는다. 잠겨 있던 마음의 빗장이 서서히 풀리듯, 사람들은 더 많이 웃고, 더 멀리 걷고, 아주 오래 미뤄둔 이야기들을 꺼내어 놓는다. 골목 어귀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햇볕에 말려진 나무 냄새는, 우리 안에 숨겨둔 감각을 하나씩 깨워낸다. 푸른 잎은 날마다 더 크게 펼쳐지고, 바다는 스스로의 문을 열어 파도를 내보낸다. 들판은 바람에 길을 열어주고, 하늘은 구름 사이를 비집고 햇빛을 쏟아낸다. 여름은 그렇게, 온 세상이 서로를 향해 문을 열고 마침내 안으로 들어온 모든 빛과 바람을 아낌없이 나누는 순간들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