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베이스원

"햇살이 따뜻하다는 걸 오랜 그늘을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어." 햇살이 이렇게 따뜻한 줄 몰랐어. 그늘 속에 오래 있었거든. 누군가는 말했지, 햇살은 늘 거기 있었을 뿐이라고.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걸 느낄 수 없었어. 그늘은 조용했고, 차가웠고, 가끔은 위로처럼 느껴지기도 했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고요함에 스며든 외로움이 마음을 천천히 무겁게 만들더라. 그리고 어느 날, 아주 작고 얇은 빛 하나가 내게로 들어왔어. 그건 눈이 부시지도 않았고, 뜨겁지도 않았지만 분명히 따뜻했어. 그때 알았어. 햇살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그리고 그 온기를 느끼려면 그늘도 지나야 한다는 걸. 그래서 이제는 생각해. 내가 지나온 그늘이 햇살의 소중함을 알려주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지금의 나에게 비치는 햇살이, 예전보다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어둠 속에서 오래도록 버텼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