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스

물속에선 잠시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것 같아 물줄기가 머리 위에서 부서져 내리는 순간 모든 잡생각이 물속에 툭 떨어져 가라앉는 것 같아 내일 해야 할 일도 누가 뭐라고 했던 말도 잠깐은 아무 의미가 없어지고 오직 지금의 웃음 소리만 또렷하게 들려 손을 뻗어 물을 맞는 그 표정들 속엔 어른의 책임도 마음 한켠의 무거움도 없어 마치 우리가 아직 걱정이라는 걸 몰랐던 시절로 순간 이동한 것처럼 가벼워 아무것도 이루지 않아도 괜찮고 어떤 모양으로 보여야 하는지도 중요하지 않은 그냥 지금이 즐겁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이 환하게 느껴지는 그런 시간 물 위에서 서로를 향해 웃고 있는 이 장면은 그 자체로 작은 안도의 숨 같아 잠시라도 걱정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맑은 행복이 채우는 그런 순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조용히 알려주는 것만 같아서 이런 순간들은 대단한 이야기를 남기지도 않지만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아 삶이 복잡해질수록 우리가 진짜로 기대는 건 이런 소소한 장면들인지도 몰라 누군가의 웃음 뒤에 나도 따라 웃게 되고 손끝에 닿은 물의 온도가 마음까지 식혀주고 “아, 이대로만 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스며드는 이런 순간들 말이야